[의학상식] 조현병 2탄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조현병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 조현병의 진단
조현병 진단은 DSM-Ⅳ의 진단기준에 따라 다음의 진단 조건에 따른다.
A. 특징적 증상
다음 증상 가운데 2개(또는 그 이상)가 있어야하며, 1개월 중 상당기간동안 존재하여야한다. (단, 성공적으로 치료된 경우는 짧을 수 있다.)
(1) 망상
(2) 환각
(3) 와해된 언어 (예 : 빈번한 탈선 또는 지리멸렬)
(4) 심하게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5) 음성증상, 즉 정서적 둔마, 무논리증 또는 무욕증 등의 음성증상
B. 사회적, 직업적 기능부전
발병 이후 상당기간 동안 직업이나 대인관계, 또는 자기 관리와 같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주요 생활 영역의 기능 수준이 발병 이전과 비교하여 현저히 감소되어 있는 경우 (또는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발병될 경우에는 대인관계, 학업 또는 직업분야에서 적절한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
C. 기간
장애의 징후가 적어도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6개월의 기간은 진단 기준 A를 충족시키는 증상이 존재하는, 적어도 1개월의 기간을 포함하고 있어야하며(또는 성공적으로 치료되면 다 짧은 수 있음), 이 기간은 전구기와 잔류기를 포함할 수 있다. 전구기나 잔류기에는 음성 증상만 있거나 진단기준 A에 있는 증상 가운데 2개 이상의 증상이 악화된 형태로 나타난다.(예 : 괴상한 믿음, 이상한 지각적 경험).
D. 분열정동장애와 기분장애의 배제
분열정동장애와 정신증적 양상이 있는 기분장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배제될 수 있다. (1) 주요 우울증, 조증, 또는 혼재성 삽화가 활성기 증상과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2) 만약 활성기 증상이 있는 기간중에 기분 삽화가 발생한다면, 활성기와 잔류기에 비해 전체 삽화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E. 물질 및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배제
장해가 물질 (예 : 남용 약물이나 투약 약물)이나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로 인한 것이 아니다.
F. 광범위성 발달장애와의 관계
만약 자폐성 장애나 다른 광범위성 발달장애의 과거력이 있을 때는 현저한 망상이나 환각이 적어도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에만 (성공적으로 치료되면 더 짧을 수 있음) 추가로 정신 분열병의 진단을 붙인다.
◆ 조현병의 치료
조현병은 그 원인적 요인이 복합적이니만큼, 그 치료도 복합적이며 총체적이어야 한다. 주로 약물치료‧정신치료‧환경치료 그 밖의 각종 사회치료 등을 다각도로 결합하여 치료해야 한다. 치료 대상이 조현병이 아니라 정신 분열증을 앓는 한 인간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그 인간의 생물학적 측면 뿐 아니라 그의 성격,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과 사회 환경의 영향 등을 치료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A. 약물요법
1. 약의 선택
phenothiazines, butyrophenones, thioxanthenes 등 항정신병약물의 약효는 그 자체로는 조현병치료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다만 환자에 따라 잘 듣는 약이 있고 잘 안 듣는 약이 있을 수 있다. 과거에 환자에게 잘 듣던 약이 있으면 그것을 다시 쓰는 것이 원칙이나 이것을 모를 때는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다. 어느 약이 잘 들을 것이라는 예측을 미리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약의 선택은 그 부작용독성을 감안하여 실시한다. 혹은 안절부절못하고 호전적인 환자에게는 chlorpromazine이나 thioridazine 같은 진정형(sedative type) 약물을, 1차적 망상을 동반한 위축되고 처진 환자에게는 역가 potency가 높고 기민성이 적은 fluphenazine이나 thiothizene haloperidol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약을 복용하기 싫어하거나 약을 실지로 복용하는지 믿기 어려울 때는 보다 장기간 약효가 지속되는 fluphenazine enanthate나 fluphenazine decanoate (14-21일간 유효)의 근육주사를 이용한다.
노인환자에서는 좌위성저혈압으로 쓰러져 골절 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용량을 낮추고 thioridazine 소량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장기 다량 사용으로 그 특유의 독성이 나타나므로 1일 경구 600mg 또는 800mg 이하를 써야 한다.
perphenazine은 chlorpromazine보다 피부의 광선과민성(photosensitivity)이 적으므로 햇빛에 노출되는 사람에 유용하다. 하나 그 항정신병효과가 그리 강하지 못하다는 인상이어서 급성기에는 부적합할 것이다. 위축되고 무감동, 우울한 환자에게 trifluoperazine (stelazine)을 권하기도 하나 주체회로증상이 심하다. 가장 흔히 쓰이는 것은 chlorpromazine이며 haloperidol, fluphenazine이 강력히 추천되고 있다 (Klein et al. , 1980).
2. 용량 및 용법
약물의 용량이나 용법에서 어느 환자에게나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일정한 공식은 없다. 어떤 용량에서는 반응이 없던 환자가 그보다 낮거나 높은 용량에서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B. 전기충격요법 및 기타 생물학적 치료
항정신병약물이 도입된 후 정신 분열증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충격요법이 차지하는 치료 역할에 대해서 논란이 많지만 아직도 상당히 이용되고 있다. 급성정신분열병 특히 망상형. 긴장형 및 정서적인 증상이 많은 환자에서는 항정신병약물에 비길 만한 치료효과가 있다. 만성 환자에서는,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어떤 환자에서 전기충격요법으로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는 약물과 마찬가지로 큰 효과가 없다. 항정신병약물(phenothiazine)과 병합 사용으로 전기충격요법의 치료효과를 증가시킬지도 모르나, 신경생리학적 부작용도 증가시키므로 조심하여 사용해야 할 것이다. 병합칠로 인한 위험부담에 대해서는 의견이 구구하나 전기충격요법이 끝난 후에는 곧 유지용량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Weiner, 1979). 치료에 저항을 보이는 환자에서 전기충격치료를 할 때 장기간 지속되는 무감동. 혼란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인격 장애를 지닌 분열증환자에게서 볼 수 있다(Klein, 1980).
C. 정신요법
1. 개인정신요법
조현병의 정신치료에서는 학파간의 이론적 차이가 크게 문제되지 않고, 치료자는 어떤 수단으로든지 환자를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사회로 데려와야 할 공동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치료자는 신화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환자를 현재의 인간적 차원으로 연결시켜 주는 매개자이며, 시키는 사람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과제는 같지만, 치료적 접근방법에는 사람마다 또는 학파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여러 해에 걸친 끊임없는 인내와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며 그를 도우려는 의학적 사랑(Binswanger)이 요청되며, 치료자들은 실제로 이상의 여러 방법을 모두 융통성 있게 구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약물치료나 물리치료는 결코 정신치료와 대립 되는 것이 아니라, 조현병의 총체적 치료의 하나로 서로를 보완하는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다. 셈라드는 환자가 정신적으로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만 약을 쓰고 될 수 있으면 환자의 자유로운 경험을 약을 많이 줌으로써 박탈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여 다량의 약물투여를 강조하는 정신과의사와 견해를 달리하고 있지만, 이런 원칙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고 다만 치료자는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었을 때 치료자의 문제나 환경적 요인의 영향도 아울러 생각하고 약물의 다량투여가 치료자의 불안과 회의를 과잉보상하거나 성급하게 환자를 치료하려는 미숙한 영웅심과 명예욕을 충족시키거나 환자에 대한 부정적 또는 때로 긍정적인 역전이의 표현이 아닌가를 반성할 줄 아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조현병환자에 대한 통찰치료에서는 환자를 긴 의자에 눕혀 자유연상을 시키는 정통정신분석이나 보통 주 2~3회의 60분 면담을 하는 분석심리학적 분석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는 않고, 각종 지지적 기법, 정신과의 다른 치료와 겸용하며, 만나는 시간. 장소 모두 그때그때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환자의 양가감정 때문에 한편으로는 치료자와 가까이 하고 싶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치료자와의 밀착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경우에는 짧게 자주 만나는 것이 좋고 너무 친절하지도 너무 냉담하지도 않고 중립적인 편안한 태도를 견지하고, 말도 단순‧명료하게 하고 복잡하고 추상적인 설득으로 인지능력이 제약된 환자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도록 한다. 치료자는 환자의 면담시간뿐 아니라 환자를 만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그의 말과 행동, 그리고 그의 감정반응이 직접간접으로 환자의 치료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치료자는 환자가 그의 성장기에 겪어보지 못한 것을 보충해 주는 건강한 보조자아의 역할을 하고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환자가 과거의 부모와의 비뚤어진 관계를 치료자에게 투사하는 부정적 전이를 감수하며 이의 처리를 도와주어야 한다. 환자는 건강한 치료자 속으로 들어가 그와 일체가 되고 그의 건강한 부분을 닮고, 치료자는 환자의 갈등 속으로 들어가 그의 복잡한 상징 언어의 뜻을 파악하고 그와 함께 그의 모든 성장의 책임을 나누어 가질 때, 환자는 혼돈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사회현실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된다. 이 신뢰의 관계를 이루어 나감에 있어, 치료자는 솔직하고 허심탄회하여야 한다. 자신의 실수도 인정할 수 있고 환자 속에 있는 잘못된 생각에 대한 자기의 견해도 명확하게 제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의 병적인 판단이나 행동을 고치고자 할 것이 아니라 우선 환자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기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때로는 환자의 미숙한 부분을 강하게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다.
꿈의 해석은 금기처럼 여겨지고 있으나 입원치료중인 환자로 꿈의 해석상의 경험이 많은 노련한 분석가라면 시도할 수 있고 그것이 환자의 내면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꿈이 망상의 재료를 제공하여 증상의 악화를 가져올 계기가 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환각과 망상내용에 대하여는 논평 없이 현실적인 화제로 돌려 병적인 내용을 둘러싸여 의식에 나오지 못하게 하거나 강력한 억제, 또는 치료자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보여 주는 방법, 또는 환각이란 환자가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임을 실증시키고 환자 스스로 이를 조절할 수 있음을 가르쳐 환자도 자기 병을 고치는 데 참여시키는 등 여러 방법이 있고, 드물게 환각에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적극적 환상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것은 상당한 위험을 각오한 경험 있는 치료자에 의해서 실시되어야 한다. 의심이 많은 환자에게는 망상내용보다는 신체의 괴로움, 신체기능의 정상여부, 예컨대 식욕‧수면‧소화 등에 관해 묻고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과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급성기 환자를 정신 치료하기는 힘들지만 치료자의 침착하고 안정되고 성의 있는 태도가 환자의 불안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수가 있다. 긴장성 혼미에 있는 환자라 할지라도 주위의 반응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는 만큼 인내성 있게 환자와 함께 그의 고통을 나누는 태도로 임해야 하며, 침묵이 말보다 관계형성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혹은 치료자가 식사를 조심스럽게 떠먹여 본다든가 하여 누군가가 자기를 돕고자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한 투약과 부작용의 처리도 정신치료의 견지에서 다루고 환자의 약에 대한 감정반응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 치료자가 처음부터 장기간 치료하는 것이 좋겠으나, 급성기에는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보조치료자를 두어 환자에 대한 치료적 역할을 나누어 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 간혹 치료를 종결하겠다는 환자의 말을 곧이듣고 치료가 잘 되어 좋아진 상태라고 오해하는 수가 있으나, 그보다는 환자가 치료자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서 생기는 불안 때문에 오는 반응이며 사실은 이별불안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를 해 나가는데 있어 치료자가 환자의 발병에 끼친 각종 사회문화적,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고, 환자가 겪고 있는 의식적, 무의식적 갈등의 근원을 파악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진단을 붙이기 위하여 캐묻는 태도가 아니고 참여적 관찰의 치료적 태도로 실시되어야 한다.
2. 집단정신요법 및 가족요법
집단정신요법은 개인정신치료와 병용하거나 단독으로 하여 집단생활이 결핍된 조현병환자에게 유익하다. 퇴원 뒤의 환자군의 정기적인 집단치료로 재발을 현저히 막을 수 있었다는 보고가 있다. 집단치료자의 역할이 특히 치료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가족치료는 가족관계의 장애가 분열증의 원인이나 재발의 결정적인 요인이라 볼 때 매우 중요한 치료이다.
한국의 경우는 퇴원한 환자는 대개 가정으로 복귀하므로 가족 중 특히 환자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의 감정적 문제를 처리해 주거나, 가족 중에서 건강한 사람을 치료진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며, 또한 가족 전체의 역동적 관계를 가족치료 시간에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것을 도움으로써 환자의 퇴원 후 치료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D. 환경요법
조현병환자를 주립정신병원처럼 큰 병원에서 수용. 치료하지 않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갖춘 작은 병원에서 건강한 사람들과 공동생활을 하며 치료하는 방법은 유럽의 몇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실시되어 왔는데, 그것이 영국과 미국에서 제창된 치료공동체의 시초이다. 치료공동체로서의 정신병원은 병원시설이 일반가정과 같고 많은 치료진 즉 의사‧간호원‧작업치료사를 비롯하여 병원에 관계하는 모든 건강한 사람들이 모두 치료진의 일원으로 일체가 되어 환자와 치료적인 접촉을 자주 갖게 되고, 환자는 대부분의 경우 능동적으로 치료에 참여하도록 격려되고 큰 병원의 공식보다도 개개인의 환자에 적절한 치료적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무척 이상적인 정신병원의 형태이다. 정신 분열증 환자가 건강인과 접촉할 기회가 적은 대규모 병원에서 현실로부터 퇴행하여 사회복귀능력이 저해 받는 경우가 있는데 반해서 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한 채 병적인 가족관계를 교정하는데 환경요법은 크게 유익한 치료방법이다. 치료진의 환자와의 관계, 치료진 상호간, 환자 상호간의 관계를 치료적인 입장에서 자주 검토하여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특징이며 각종 정신치료와 다양한 작업요법이 실시되거나, 환자는 치료받는 자일 뿐 아니라 치료의 참여자이며 그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고 사회적 능력의 촉진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권위를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환자를 보는 정신과의의 자세와 이념이 새롭게 강조된 것이 치료공동체운동의 특징이다.